직접 산재 신청하고 승인받은 후기

AssetManager

Updated on:

어느 날 화상 미팅 중에 공황 증상을 겪었는데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증상이 매일같이 계속되면서 나중에는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진 상태가 거의 1년 동안 유지되었고 이대로 완치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치료 과정과 기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비용과 심리적 부담이 커졌고 고민 끝에 산재 신청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신청 준비하기 : 직접 하거나 노무사에 맡기거나

산재 신청 준비는 스스로 직접 하거나 노무사에 맡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경 쓸 시간과 여유가 없다면 노무사에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노무사에 의뢰하면 산재 보상 비용의 몇 퍼센트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직접적으로 신체 훼손이 발생한(특정 신체 부위가 절단되거나 찢어지는 등) 케이스는 아니다 보니 신청을 하더라도 확실히 승인이 날지 안 날지조차 잘 가늠이 되지 않고 급한 건 아니어서 그냥 직접 천천히 준비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쭉 겪어보고 난 후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재 신청은 혼자서 준비해도 충분했습니다. 담당자에게 연락해 작성해야 하는 신청서와 필요 서류에 대한 정보를 받고 준비해서 제출하면 끝입니다. 물론 한 번 준비해서 제출해야 하는 문서의 양이 적지 않지만 그다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은 없었고 혼자서 준비 못 할 정도도 아니었습니다.

요양급여 신청은 3년 동안 가능

공황 증상이 발현한 것은 산재 신청을 하기 1년 전이었습니다. 산재 보험 급여는 보험 급여의 종류에 따라 소멸 시효 기산일로부터 3년 또는 5년 동안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유지됩니다. 그래서 재해 발생일이 이미 지났고 치료도 이미 받았다고 하더라도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고 산재로 인정되고 나면 이미 납부한 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려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여러 종류의 산재 보험급여 중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소멸 시효 기간이 3년인 보험급여

  • 요양급여 : 요양 받은 날의 다음 날
  • 휴업급여 : 휴업한 날의 다음 날
  • 간병급여 : 간병을 행한 날의 다음 날

소멸 시효 기간이 5년인 보험급여

  • 장해급여 : 치유된 날의 다음 날
  • 유족급여 : 사망한 날의 다음 날
  • 장의비 : 장제를 지낸 날의 다음 날

물리적 외상이 아니어도 신청 가능

요즘은 물리적 부상뿐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질환도 산재의 범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직종이 워낙 다양해 고객을 응대하면서 생기는 트라우마나 과로, 업무 압박, 직장 내 괴롭힘 등 다양한 요소들이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이러한 부분들을 함께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 타이트한 일정에 쫓겨 하루 13시간씩 일하고도 시간이 부족해 주말에도 남은 업무를 처리하는 생활을 수개월째 계속하던 중이었습니다. 늘 시간이 부족했고 이런 상태가 매일 지속되니 점점 예민하고 피폐해져 갔습니다. 이런 업무량과 타이트한 업무 기한의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반드시 산재 지정 병원에서 치료받기

처음 공황 발작 증상을 겪고 난 후 일시적인 해프닝이었을 뿐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공황 발작 증상은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매일 같이 계속되었고 시간이 지나자 목소리까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정신 의학과, 심리 상담 센터, 발성 재활 수강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상급 병원에 해당 질환의 전문 교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해당 병원에 주기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에 대해 문의를 했고 당시 통원 치료 중이던 상급 병원만 산재 지정 병원에 해당되어 그 외에 방문했던 병원의 진료비나 상담 치료 비용 등은 일체 산재 보상으로는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지정 병원을 찾아보고 그곳으로 치료를 받았을 텐데 이점이 정말 후회가 되더라고요.

진행 절차

병원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소견서를 요청하고 진료비 세부 내역서, 정밀 검사 영상 기록지 등의 서류를 준비해 재해 발생 사실 등을 기재한 신청서와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방문하여 제출했습니다.

접수 후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담당자로부터 산재를 신청하게 된 경위와 병증의 심각도, 현 상태 등을 상세히 기술하도록 되어 있는 표준 문답서 양식을 추가로 메일로 전달받게 됩니다. 이를 작성할 때는 최초 재해 발생일과 증상이 어땠는지에 대해 자세히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나 증언해 줄 수 있는 목격자 등의 정보도 함께 기재해야 했습니다. 저는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어 질환이 신체화된 케이스였기 때문에 심사 진행 시에 제가 느꼈던 감정과 고통이 가능한 생생히 전달될 수 있도록 어떤 부분이 어떻게 힘들었고 해당 질환으로 인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해 아주 상세히 적었습니다.

표준 문답서는 온라인으로 제출이 가능한데 이것까지 제출이 완료되면 그때부터 심사가 시작되어 기다리는 일만 남아있습니다. 이때 한글(.hwp) 파일로만 제출이 가능하여 조금 고생했습니다. pdf 파일로 제출하니 규정상 한글 파일로 보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심사가 시작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회사로 연락하여 제가 신청서 및 표준 문답서에 기재하여 제출했던 상황이 실제로 있었는지 사실 확인을 하고 사실 확인이 되면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산재로 인정할 수 있는 질환인지, 발생한 재해가 현재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합리적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심사하여 결과를 통보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수 주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심사가 종료된 후 문자로 승인되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산재 신청 이후 추가로 진행한 치료 건과 중간에 잠시 해당 질환으로 인해 휴직했던 기간 동안의 휴업 급여 신청 방법을 안내받아 추가 서류를 작성하고 접수했습니다. (팩스로만 가능)

마무리

산재 보상금은 신청서에 기재했던 계좌에 근로복지공단 이름으로 입금이 됩니다. 산재 신청부터 보상금 수령까지 총 4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산재 보상 신청이 처음에는 생소하고 엄청난 일처럼 느껴졌었는데 막상 해보니 필요한 항목들을 양식에 맞춰 기입하고 제출 서류를 준비해 전달하면 되는 수준이어서 직접 글을 작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으신 분이 아니라면 충분히 직접 신청해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문의하면 담당자가 신청 방법과 절차, 그리고 상담자의 케이스에 맞춰 어떤 서류를 준비하고 어떤 내용 작성이 필요할지 등을 생각보다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해 줍니다. 담당자마다 성향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안내해주셨던 과장님 정말 감사했습니다.)